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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서 4장 1-18절(p.251~p.275)

4152068 정승옥

1. 개요

4장부터 다니엘의 세 친구들은 다니엘서에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3장과는 달리 이방 신 숭배자인 왕과 하나님을 향한 신실한 믿음의 소유자인 유대인들 사이에 벌어진 갈등과 충돌의 이야기가 아니다. 때문에 주인공들의 영웅적인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이제부터는 다니엘과 느부갓네살이 이야기 전개의 중심에 서 있다.

4장과 5장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서 있다. 왜냐하면 5:10-16(벨사살 왕이 잔치 중에 벽에 글자쓰는 손가락을 본 것)은 4장의 내용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장과 5장의 왕들은 완전히 서로 다른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4장의 느부갓네살은 꿈의 내용이 실현되는 과정을 통해서 겸손해지고 하나님의 은혜를 받는 왕으로 소개되고 있는 반면, 5장의 벨사살은 하나님으로부터 아무런 은혜를 받지 못하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해야 하는 사악한 왕으로 등장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벨사살은 왕도 아니었고 느부갓네살의 아들도 아니다. 그는 바벨론의 마지막 왕 나보니드의 아들이다.) 두 왕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밀접하게 연결되고 중간에 통치했던 세 명의 왕들을 생략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의 저자의 신학적 의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적인 강대국이었던 바벨론 제국이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 매우 빠르게 붕괴되었음을 전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은혜를 입은 느부갓네살의 바로 다음 세대에 가서 그의 아들 벨사살이 하나님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붕괴되고 말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조서의 형식으로 쓰여 있는 다니엘서 4장은 어떻게 보면 잘 다듬어진 한편의 신학적 설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왕의 조서가 보여주려는 목적은 분명하다. 하나님께서 개입하시기만 하면, 세계를 지배하고 통치하는 위대한 왕이라고 할지라도 언제든지 비참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방 왕의 주권과 통치권은 오직 하나님 한 분에게만 속해 있다는 말이다. 이때 조서는 신학적 내용물을 감싸려는 문학적 장치일 뿐이다.

일부 학자들은 다니엘서 4장의 내용이 느부갓네살의 삶이 아니라, 바벨론의 마지막 왕 나보니드(Nabonid, 기원전 555-539년)의 생애와 관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장의 이론적 근거는 쿰란 동굴에서 발굴된 나보니드의 기도문(4QPrNad)이다. 이 기도문은 4장과 마찬가지로 1인칭으로 기술되고 있는데, 나보니드는 왕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와도 같았던 시기에 왕위를 버리고 수도 바벨론을 떠나 10년 동안 테마(Tema)라는 광야에서 지냈다는 것을 보도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4장의 내용을 나보니드의 기도문에서 유래된 개정판이라고 간주하였다. 이러한 개정 작업은 안티오코스 4세 시대에 그의 교만함을 비판하고, 그가 느부갓네살처럼 회개하게 될 것을 희망하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이기 곤란한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4장에서 그려지고 있는 왕의 모습은 7-12장에서 소개되고 있는 안티오코스 4세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7-12장의 왕은 처음부터 끝까지 난폭하고 거칠고 잔인한 자다.) 따라서 우리는 4장의 이야기를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에게 들려주었던 일반적인 격려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4장은 팔레스타인을 떠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자들에게 역사의 궁극적인 주체는 하나님이니 그분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버리지 말 것을 권고하는 한편의 멋있는 설교문인 것이다.

2. 구조

4:1-3 도입 부분: 왕의 특별 조서의 서언(1인칭 보도)

1-2 왕의 조서를 알리는 설명

  3 다니엘의 고백: 하나님의 영원한 통치

4:4-33 중심 부분: 왕의 꿈과 다니엘에 의한 꿈 해석

/4-18(제 1장면): 큰 나무와 순찰자에 대한 왕의 꿈(1인칭 보도)

4-5 꿈을 꾼 왕

6-7 바벨론 박사들의 꿈 해석 실패

8-9 다니엘의 등장과 꿈 해석을 요청받은 다니엘

10-12 거대한 나무에 대한 꿈

13-17 순찰자에 대한 꿈

18 다시 꿈 해석을 요청받은 다니엘

/19-27(제 2장면): 다니엘의 꿈 해석과 충언(3인칭 보도)

19 왕과 다니엘의 대화

20-22 큰 나무에 대한 해석

23-26 순찰자에 대한 해석

27 다니엘의 충언

/28-33(제 3장면): 꿈의 성취(1+3인칭 보도)

28 상황 설명

29-33 꿈의 현실화

4:34-37 종결 부분: 느부갓네살의 회복과 찬양(1인칭 보도)

34 느부갓네살의 회복

35-37 느부갓네살의 찬양: 하나님의 영원한 통치

3. 주석

1) 왕의 특별 조서의 서언(4:1-3)

1절은 왕이 백성에게 내린 조서의 서언인데, 고대의 편지형식에 따라 발신인, 수신인, 인사말의 순서로 되어 있다.

왕은 세상의 모든 백성들을 향해 먼저 너희에게 많은 평강이 있을지어다.라고 안부인사를 전한다. 상대방의 평강을 비는 이러한 형식의 인사는 이스라엘을 비롯한 고대 근동사회에서 관습적으로 사용되었다.(스 4:17, 참고. 벧전 1:2, 벧후 1:2 유 1:2)

백성들에게 인사를 마친 왕은 곧바로 자신이 조서를 내리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왕은 백성들이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 내게 행하신 이적과 기사를 내가 알게 하기위해 특별 조서를 내린 것이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은 다니엘의 세 친구들이 풀무불에서 살아서 밖으로 나올 때 처음으로 왕의 입에서 나왔던 하나님의 이름이다.(3:26) 이후부터 왕은 하나님을 단지 지극히 높으신 자로만 부른다.(4:17, 24, 25, 32, 34) 그러다가 5장에 가서 왕은 그를 다시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라고 부른다.(5:18, 21)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은 이방사람들과 대화할 때에 이 신명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했는데, 소수민족으로 살아가고 있던 그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던 하나님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왕은 스스로 경험했던 믿을 수 없는 사건의 내막을 모든 백성들에게 알리고, 다른 신들보다 훨씬 위대한 능력을 갖고 있는 하나님을 널리 소개하기를 원했다.

4장 3절의 찬양시 속에는 의도된 신학이 숨어 있다. 이 땅의 진짜 지배자, 역사의 참된 주관자는 결코 세상의 위대한 왕이 될 수 없으며, 오직 한 분 하나님만이 진정한 통치자가 된다는 것이다.

2) 왕의 꿈과 다니엘에 의한 꿈 해석(4:4-33)

(1) 제 1장면: 큰 나무와 순찰자에 대한 왕의 꿈(4-18절)

왕은 내 집에 편히 있으며 내 궁에서 평강할 때꿈을 꾸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꿈이 왕에게 어떤 심상치 않은 사건을 경고하는 의미를 가졌음을 암시한다. 그침상에서 생각하는 것과 뇌 속으로 받은 이상을 인하여 번민할수밖에 없었다.

왕은 바벨론 모든 박사를 왕궁으로 불러들인 후에 꿈의 해석을 요구한다. 왕 앞으로 나아온 박사들은 2장에서처럼 네 집단의 마술적 지혜자들이었다. 즉, 박수와 술객과 갈대아술사와 점장이가 왕의 꿈을 풀이하기 위해 소환된 것이다. 그러나 박사들은 왕의 꿈을 풀이해 내는 일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자 왕은 다니엘이 내(왕) 앞에 들어오도록 소환 명령을 내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다니엘을 이미 모든 박사의 어”(2:48)으로 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그를 부르지 않았다. 바벨론 지혜자들의 무능력이 증명된 이후에야 비로소 왕은 다니엘을 불렀다. 이는 막다른 골목에 처해 있을 때에 주인공들을 등장시키고 그의 무한한 능력을 인정받도록 하는 상투적인 문학적 기술을 담고 있다. 이때 왕은 다니엘을 그의 안에는 거룩한 신들의 영이 있는자로 판단하고 있다. 복수로 사용된 거룩한 신들이라는 표현은 다신론적 신 개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신들을 일반적으로 대표하는 의미의 추상적 복로 간주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거룩하신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모든 신의 신라는 의미인 것이다.

본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다니엘을 하나님의 영으로 무장된 인물로 진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약성서에서 하나님의 영은 하나님이 이 세상에 자신의 뜻을 성취시키는 방법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첫째로 하나님의 창조적인 활동의 매개물로 등장한다. 둘째로, 정상적인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중요한 능력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 셋째로, 외부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강력한 힘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개개인에 대한 영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창조의 생명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왕은 박수장 다니엘에게 자신이 꾼 꿈의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의 중앙에 한 나무가 있는데 고가 높은것을 보았다. 이 이야기는 고대인들의 세계목(world-tree) 개념과 밀접히 관련되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때 나무는 고대인들의 생명신앙을 보여주는 신화적 표현 수단이다. 고대인들은 세계가 하나의 넓은 원판처럼 평평하게 생겼고, 그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나무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다니엘의 꿈 해석에 의하면, 한 나무는 느부갓네살 자신을 지칭한다.(4:22) 이후 나무의 성장을 말하는 구절은 바벨론이 거대한 지역을 통치하는 제국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느부갓네살의 통치 시대가 역사적으로 최고의 절정기에 도달했었다는 사실과 관련된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나오는 잎사귀와 열매의 이야기는 제국의 문화적 화려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세계의 많은 민족들이 바벨론의 물질적 풍요와 문화의 번영에 힘입어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본문에 등장하는 꿈 이야기는 고대 근동에 널리 퍼져 있던 거대한 나무에 대한 표상과 모티브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니엘은 왕으로부터 두 번째 꿈의 내용을 듣는다. 이번에는 한 순찰자에 대한 꿈이다. 깨우는 자라는 뜻으로서 일종의 정찰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자다. 그는 하늘에서 내려온거룩한 천사(LXX)이며, 인간과 질적으로 구별되는 존재인 것이다. 이후 소리치되, 느부갓네살이 왕위에서 쫓겨나고, 바벨론은 모든 나라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그루터기를 남겨 두라는 말을 토애 거대한 나무에게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철과 놋줄로 동이라.는 나무를 보호하라는 것이 아니다. 삿 16:21, 대하 33:11, 시 149:8을 참고하여보면 사람을 결박할 때에 사용하는 도구들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느부갓네살이 후에 미쳐버려 사슬에 매이게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6절은 느부갓네살의 내적 상태가 결국 모든 생각과 행동이 짐승의 것과 동일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대인들은 인간의 본질적인 기능이 마음에서부터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마음의 기능은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뇌의 기능과 비슷하다. 이렇게 짐승처럼 살아가게 되는 기간은 일곱 때가 될 것이며, 일반적으로 7년이라고 말할 수 있다.

17절은 하나님만이 역사의 유일한 주관자이시며, 인간의 생사화복에 대한 궁극적인 결정권이 있으시다는 의도된 신학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어서 18절을 통해 왕이 다니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그에게 꿈의 의미를 풀이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