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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원대학교  스톡스대학  교양교육혁신  학술대회

<교양교육과  인문융합>

일시  및  장소  :  2019.  12.  12(목)  15:00~19:30

장                소  :  유성  라온컨벤션  별관2층  제나

주                최  :  목원대학교  스톡스대학·대학교육혁신단

주                관  :  교양교육혁신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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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간

주요  내용

14:30∼14:55

등록  –  라온컨벤션

14:55∼15:00

개회사  및  인사말_  현승훈  학장  외

15:00∼15:50

[발표 1]    “소프트웨어 코딩  관련  마이크로디그리  교육과정  개발방향  탐색”

좌장: 최혜진  (목원대)  /   발표:  구진희  (목원대)  /  토론:  연용호  (목원대)

사회

유경아(목원대)

15:50~16:40

[발표 2]    “교양 마이크로 디그리  제도의  교육적 효과와  발전적  방향  모색

-<커뮤니케이션  마스터  코스>를  중심으로-”

좌장: 최혜진  (목원대)  /   발표:  강연임  (목원대)  /  토론:  장수경  (목원대)

16:50∼17:40

[발표 3] “인문 교양교육의 이상과 과제: 현대 독일 철학자들의 교육철학을 중심으로”

좌장: 송석랑  (목원대)  /   발표:  서정일  (목원대)  /  토론:  서태원  (목원대)

사회

서기자(목원대) 

17:40∼18:30

[발표 4]  “근대  이후  독일문학에 나타난  종교 이해” 

좌장: 송석랑  (목원대)  /   발표:  최성욱  (한국외대)  / 토론: 민웅기  (목원대)

18:30∼

만찬

대회  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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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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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웨어 코딩  관련 마이크로디그리  교육과정 개발방향  탐색”  발표자료 (구진희, 목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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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연용호, 목원대학교 교수)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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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마이크로  디그리  제도의  교육적  효과와  발전적  방향  모색  -<커뮤니케이션  마스터  코스>를 

중심으로-” 발표자료 (강연임,  목원대학교 교수)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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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장수경,  목원대학교  교수)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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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교양교육의 이상과 과제: 현대 독일 철학자들의 교육철학을 중심으로” 발표자료 (서정일, 목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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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서태원, 목원대학교 교수)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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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후 독일문학에 나타난 종교 이해” 발표자료 (최성욱,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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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민웅기, 목원대학교 교수)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ž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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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코딩마이크로디그리교육과정개발방향탐색

연  용  호

      마이크로  디그리  과정을  이수하여  이수자가  하나의  소  전공을  갖는  것은  의미  있

는  일이다.  현대는  스마트  폰,  태블릿  그리고  일반  컴퓨터  등  다양한  컴퓨팅  기기가 

우리  주변에  항상  공존하는  시대이고,  다양한  지식의  검색과  같은  간단한  일에서부터 

사람이  수행하기  어려운  아주  복잡한  계산에  이르기  까지  이들  기기에  의존하고  살아

가고  있다.

      이렇게  컴퓨터가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시기에  이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다

룰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매우  중요하며,  마이크로  디그리  과정을  개설하여  이

러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심도  있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

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수강자의  전공에  도움이  되고  적용될  수  있는  전공에  알맞은  마이크로  디그

리  과정을  이수할  경우에  수강자의  능력과  자질을  배가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  디그리  과정의  개발과  설계에서  있어서  그  과정이  특수  전공에  대한  도

움이나  활용이  목적인지,  아니면  별개의  하나의  전공을  구성하는  것이  목적인지에  따

라  교과목의  구성과  그  내용의  난이도에  대한  설계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다

른  전공에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면  전공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전공을  보완

할  수  있는  교과목내지는  내용의  범위를  설정하여야  할  것이고,  별개의  하나의  전공 

과정이면  타  전공과  중첩되는  부분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교과목  담당자들의  충분한  토의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교과목사이의  이수체계

와  교과목  사이의  연계성이  충분히  논의되고  이를  적용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이러한  마이크로  디그리  과정이  오랜  시간  지속되고  수강자들에게  흥미를  얻기  위

해서는  이  과정을  이수한  수강자들에게  주어지는  다양하면서도  체감할  수  있는  이점

들이  개발되고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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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디그리  제도의  교육적  효과와  발전방향

-<커뮤니케이션  마스터코스>를  중심으로」에  대한  토론문

장수경(목원대학교)

  강연임  선생님의  연구는  본문에도  언급되었듯이,  목원대학교에서  2019년  2학기부터  새롭게 

도입하는  「마이크로  디그리  제도의  교육적  효과와  발전  방향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마스터  코

스>를  중심으로」  살피고자  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본  발표문은  4차 

산업혁명으로  명명되는  현대사회에서  무엇보다  의사소통  역량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매우  뜻 

깊은  연구이고  시의  적절한  연구라고  사료됩니다.  더욱이  한  학기를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중

간점검의  단계에서  문제점을  진단하면서  확장적으로  교육  방향을  논하고  있어  본  발표문은  매

우  흥미롭습니다.  나아가  <커뮤니케이션  마스터  코스>를  교양국어  필수  교과목인  <토론과  글

쓰기>  수업과  연계해서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학교  교양국어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참고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선생님이  논의하신  내용에  궁금한 

점을  몇  가지  질문  드리는  방식으로  토론을  진행할까  합니다.  제가  선생님의  논의를  따라  읽

는  과정에서  우문이  있더라도  널리  양해하시고  현답을  기대하면서  궁금한  사항을  말씀드리고

자  합니다.

  첫째,  선생님의  발표문에  제시된  바와  같이  커뮤니케이션  마스터  코스는  교양국어  필수  교과

목인  <토론과  글쓰기>를  심화,  확장하여  국어역랑뿐  아니라  의사소통  역량을  강화시키는  방향

으로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양국어  교과목과  본  마이크로  디그리  코스

에서  다룰  수  있는  역량이  어떻게  수업에서  심화,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이 

궁금합니다.  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본  코스에  있는  다른  교과목과  연계해서  설명해주시면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둘째,  선생님께서는  8장  ‘마이크로  디그리-확장적  교육  방향’을  논하시면서  1)  ‘융합적  교육 

프로그램  단축,  탄력적  운영’  2)  ‘심화,  확대된  교육과정  운영’  3)  ‘역량  통합형  교육을  바탕으

로  연계전공으로  확대’라는  세  가지를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3)번에서  제시하신  역량 

통합형  교육을  바탕으로  연계전공으로  확대할  때  체험활동  기반으로  연계전공을  확대,  운영하

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수업과  어떠한  방향에서  연계되는  것인지  궁금합

니다.  여기에서  언급하신  체험활동이  비교과를  중심으로  연계  운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수업

시간에  체험수업을  강화해서  진행하는  것인지에  대해  보충설명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셋째,  이번에는  다소  포괄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마이크로  디그리  과정이 

이수시간,  학점  단위로  이수  결과를  조합해  정규학위를  취득하는  개념인데,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분야  이외에  학점을  이수하여  학위를  취득한다고  할  때  학생들이  학문적인  성과나  취업에

서  어느  정도의  효과로  나타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목원대와  같은  지방  사립대학에서

는  학생들이  하나의  전공을  이수하기에도  매우  부담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이  과정을  제시했을  때  과연  얼마만큼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만

일  학생  참여도가  적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학생들에게  마이크로  디그리  제도에  참여하여  교

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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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교양교육의  이상과  과제:  현대  독일  철학자들의  교육철학을  중심으로

서정일(목원대학교 스톡스대학)

1.  빌헬름  폰  훔볼트의  인문교육  이상 

중세 ‘암흑기’가 지난 후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프랑스 대혁명을 거치면서 서구에서는 계몽주의

가 “휴머니즘 시대의 구현을 위한 중요한 문화운동”으로 확산되었다. 계몽주의 철학은 인간 공동
체에 대한 현실 지향적·낙관적 희망을 전파였는데 그 목적은 사회적 진보였다. 뿐만 아니라 사회
변혁을 이끄는 시민계급에게 변혁에의 전망을 제시하였다. 이 역동적 변화는 근대 고등교육의 이
상과 이념의 토대가 되었으며 그 기초를 닦은 사람이 독일(당시 프로이센)의 교육 철학자였던 빌
헬름 폰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였다.

훔볼트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을 “미적·정치적·도덕적 가치의 중심에 놓고 사유”함으로

써 인간 자체를 자기 목적의 존재, 자율적 주체로 인식한 그리스인의 인간관과 그리스적 이상
(“Antike”)을 교육의 근간으로 삼았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인간을 자유롭고 개성 있는 인격체,
비판적 지성으로 교육하는 것, 즉 보편적 인문교육을 의미하는 “Bildung”이 고등교육의 핵심이라
고 강조하였다. 훔볼트의 이 사상은 오늘날 인문교양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아울러 이것은 계몽
주의 이후, 신분이나 혈연에 의한 인간의 정체성 규정이 아닌 독립적·주체적인 시민으로서 새롭
게 부상한 유럽의 부르주아지, 즉 시민계급 문화의 토대가 되었다. 그의 교육개혁 구상은 이후
독일 대학에서 꽃피움으로써 독일의 대학은 근대 교육정책의 모델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이후 역
사에서 여러 인문학자, 교육 철학자들은 공업화 및 산업화, 그리고 고도화된 자본주의 체제를 거
치면서 훔볼트의 근대교육 이상이 산업과 자본, 효율성의 논리에 밀려났다고 한탄하고 있다.

훔볼트가 생각한 교육은 “노동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나 지식”이 아닌, “인문학적 지

식을 통해 매개되며 성찰적이며 자의식을 가진 자율적 주체로서의 시민을 위한 도덕적 인격 형
성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 정녕 필요한 것이 교육에서만큼은 (특히 고등교육
에서) 국가나 정치권력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제도와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
렇게 해야 역사와 사회, 현상을 무감각, 무비판적으로 보지 않고, 항상 “비판적 입장에서 저항할
줄 알고, [. .] 도덕적 목표를 위해 투쟁하고, 휴머니즘적 가치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존재”로 기르는 유일무이한 길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법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마
사 누스바움(Martha C. Nussbaum)도 “인문학과 예술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현재 대학교육
의 인문정신의 부재(不在)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수익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문학을 추방하
는 세태는 가치 있는 세계의 형성, 공감의 감정, 전인적(全人的) 인격체로서의 인식 능력의 소멸
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인문정신의 망각, 교육의 본질을 방기한 결
과의 사례가 바로 아우슈비츠의 비극이었다.

2.  아도르노의  비판  이성과  교육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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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극이었던 홀로코스트, 즉 60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 대학살로 귀

결된 파시즘의 광기가 기승을 부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침묵의 카르텔에 사로잡힌 전후 독
일 사회와 인류를 향한 철학자, 테오도어 W. 아도르노(Theodor W. Adorno)의 진단은 명확했다.
아도르노는 1959년 발표한 어설픈 교양 이론(Theorie der halbbildung) 그리고 그로부터 몇 년
후 발표한 유명한 논문, 아우슈비츠 이후의 교육(Erziehung nach Auschwitz)에서 히틀러와 파
시즘, 유대인 학살이라는 참혹한 비극의 원인을 정치·경제적 문제보다는 올바른 교육의 부재 때
문이라고 분석했다. 아도르노가 이 논문을 발표한 1950∼60년대 독일(서독) 사회는 보수 정당인
기민련(CDU) 정권 하에서 “라인 강의 기적”으로 일컫는 고도의 전후 경제성장에 도취하여 불과
십여 년 전에 자행한 과거 역사를 망각의 강에 흘러 보내고 외면했던 때였다.

아도르노가 어설픈 교양 이론에서 말하는 “Halbbildung”(어설픈 교양)은 우리말로 교육(또는

진정한 의미의 인문교양)이라고 번역되는 Bildung과 대조적인 의미로서 “절반의 교양 혹은 교육”
이라고도 옮길 수 있는 용어이다. 그가 어째서 “halb-”(절반)라는 접두어를 붙였는지 그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대단히 비판적으로 규정한 것만은 명확하다. 그것이 뜻하는 의
미는 교육(교양)이라 포장하지만 사실은 교육(교양)의 본질과 의미를 완전히 호도하는 ‘사이비 교
육(교양)’과 같다. 아도르노는 “정신의 객관화”를 포기하고 사회적 효용성을 ‘증명’하도록 요구받
는 교육을 “어설픈 교양”이라고 규정하면서 차라리 “교육(교양)이 아닌 것 Unbildung”(혹은 몰교
양) 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교육이란 모름지기 진정한 교양을 통해 완성되어야 하며, 진정한 교양은 기존의 문화, 가

치, 세계관에 대해 물음을 제기하고 의문을 품게 만드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 이
유는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개별화된 존재, “독자적 사유와 성찰할 줄 아는 계몽적 주체”
라는 단순한 믿음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캐묻지 않고, 도덕적 성찰 의지와 능력이 결여
된 인간을 키우는 교육이라면, 교육이라는 허울을 걸치더라도 교육에 대한 ‘반역’과 다를 바 없다
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교육이 경계해야 할 가장 큰 악덕이 바로 “순응
(Anpassung)”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순응이 도처에 지배하는 사회, 그리하여 완전히 순응된
사회는 그저 다윈이 말하는 자연사(自然史, Naturgeschichte)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한다. 비판
정신이 결여된 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인간은 약육강식의 질서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끼워 맞
추는데 혈안이 되는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도르노의 이 진단은 비단 전후

(戰後) 독일 사회와 교육계만이 아니라, 올바른 교육의 의미,

진정한 교양교육의 가치와 역할을 일깨우는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 그는 사회의 공적 담론에 참
여하지 않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무관심, 더 나아가 기성세대의 주류 담론과 가치관, 지배적 세계
관에 침묵하도록 하는 수동적인 교육 체계야말로 비극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아도르노는 교육
의 목적이 “두 번 다시 아우슈비츠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어선 안 된다.”는 뼈저린 성찰에 근
거한다. 그것은 어째서 아우슈비츠의 비극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철학적 진단과 어떻게 하면 그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느냐라는 인식의 지점과 결합된다. 그는 이렇게 진단한다.

“아우슈비츠 이후의 교육에 대해 말하면서 나는 두 분야를 염두에 두었다. 하나는 어렸을 때의 교육이
다. 그리고 그 다음이 그 야만적 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허용치 않는 정신적, 문화적, 사회적 풍토를 만
드는 보편적 계몽주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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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는 “보편적 계몽주의”란 무엇일까? 물론 아도르노는 여기서도 그에 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소크라테스(Socrates)부터 훔볼트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서구 교육철학 및 교
양 이념의 재생을 의미한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아도르노가 천착한 질문, 즉 “어째서
아우슈비츠의 비극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철학적 진단에서 핵심은 도덕적·이성적 주체이어야
할 인간이 자신이 속한 “집단과 맹목적으로 동일시”하는 잘못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집
단’이 개인이 속한 국가나 사회 공동체 혹은 사회의 지배적 견해와 관습, 문화 등을 망라하고 있
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한 개인이 집단에 스스로를 편입시키는 순간, 인간은, 개인은, 스스로 결
정하고 판단하는 윤리적 주체로서의 스스로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그는 결론짓는다.

3.  콘라트  파울  리스만의  “몰교양”  비판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철학 교수, 콘라트 파울 리스만(Konrad Paul Liessmann)은 현재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교육계에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과 그로인한 인문교육의 황폐화에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 철학자이다. 최근 그의 저서들이 국내 학자들에 의해 번역됨으로써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리스만의 몰(沒)교양 이론: 지식사회의 오류
들(Theorie der Unbildung. Die Irrtümer der Wissensgesellschaft)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현
재 교육의 몰교양(Unbildung) 현상, 특히 인문정신을 압살하는 이른바 ‘교육개혁’의 허상, 대학교
육의 황폐화에 대한 비판과 인문교육의 본령에 대한 고민이 담겨져 있다.

리스만의 이 비판은 “아우슈비츠 이후의 교육”에 대한 아도르노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만연해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강화되고 있는 효율성과 자본의 논리에 함몰된 인문정신의 무시
와 압살, ‘몰교양’ 현상에 대한 신랄한 비판에 근거한다. 리스만은 신자유주의 교육논리의 일방적
인 관철과 더불어 전(全)지구적으로 강행되는 몰교양성, 즉 인문정신의 폐기 현상을 지적하고 있
다. 그는 교육정책의 비교육적 논리, 구체적으로 서구 전통의 인문정신의 전면적인 부정 행태를
비판하면서 제도권 교육 현장에서 인문정신에 바탕을 둔 고전적 ‘교양 이념’의 포기 현상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리스만은 이것이 치명적인 것은 그로 인해 학생들로 하여금 “자
신의 머리로 생각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의 전면적이고 광포한 확산 현상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 인간을 오로지

경쟁의 승자를 위한 교육, “1인 자본가”로서 노동시장에 스스로 경쟁력 있는 기능인으로 양성하
기 위한 목적에 봉사하게 만든다는 우려와 비판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다. 하버드대학 총
장을 역임한 해리 루이스(Harry R. Lewis)는 2006년 자신의 저서, 혼을 잃은 최고 Excellence
Without a Soul How a Great University Forgot Education에서 이른바 자본주의에 선선히 순
응하고 스스로 그 수행 도구로 전락한 대학의 자화상을 조명하면서 인간의 삶과 역사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깊이 있는 문제의식, 성숙한 인문정신을 함양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리스만 역시 오늘날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경영 혁신”(New Management)이라는 경제학 용

어들을 열렬히 숭배”하는 현상을 개탄하면서 혁신의 ‘마법’에 중독된 채 학문적 호기심을 잊고,
자본의 교묘한 논리에 의해 “길들여지고, [. .] 그 통제 메커니즘을 내면화”하는 세태를 지적한다.
즉 그의 주장에 의하면, 과거에는 국가 권력의 강압에 강제로 굴복했다면 이제는 대학 스스로 자
본의 논리를 앞 다투어 수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지식정보화 사회, 더 나아가 인
공지능과 4차 혁명 사회에서 ‘정보’와 ‘데이터’를 지식으로 착각하는 세태, 계량화된 지식과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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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인격화된 지식의 의미에 대한 지적(知的) 갈망마저 사라진 교육 현장의 현상을 신랄하게 비
판한다. 그런데 이러한 몰교양적·비지성적 현상이 ‘교육개혁과 혁신’의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 심각한 것은 개혁과 혁신의 방향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없이 그저
수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것은 (그의 말을 빌리면) “비(非)본질적인 것에 대한 우상숭배”와 다름이 없다.

4.  마무리  글

오늘날 정보를 지식으로 착각하고, 과거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정보량이 폭증함으로써 무엇

이 지식이고 정보인지 분간하기 힘든 국면에 이르렀다. 더 나아가 그 효용성의 유효기간조차 급
속히 짧아지고 그 기준마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인류는 어느덧 4차 혁명, 더 나아가
포스트휴먼 사회라는 전대미문의 과정에 진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쉼 없이 바뀌고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근저에 도저하게 자리 잡은 지배이데올로기로서의 신자유주의 신앙은 흔들림 없이
굳건하다.

신자유주의 담론은 마치 강고한 규율 체계처럼 개개인의 의식은 물론 사회 전체의 규범을 철

저히 내면화함으로써 강력한 힘을 발휘하여 비단 경제 구조만이 아니라 교육, 문화 등 사회의 가
치체계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리며 강력한 시장원리를 작동시키고 있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Friedrich Hayek),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 등 세계 주류
경제학자들에 의해 주창된 신자유주의는 이미 1980년대부터 전 세계의 공통의 신흥 지배종교로
서의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지만, 공동체적 연대와 사회 정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강자
중심 이데올로기로서의 신자유주의의 실체에 대한 비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온 터이다.

문제는 초·중등교육은 물론 고등교육 현장에서도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 논리가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이다. 개혁과 혁신을 말하지만 그것은 4차 혁명이나 새로운 사회 변
화의 흐름 때문이 아닌, 경제 논리 및 경영 중심 사유에 대한 추종에 따른 것이다. 독일 교육철
학자 요헨 크라우츠(Jochen Krautz)는 어떤 시대건 교육과 가르침의 중심에 “돈을 잘 버는 직장
인이 되는가 하는 문제, 미래의 경제성장의 요구에 쓸모가 있는가 하는 문제”는 절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단언하면서 대학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교육 방향을 상실하고 경제 논리를 추구하
는 것은 “이기주의와 강자의 권리”만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일갈한다. “투입과 산출”을 산술적으
로 따지며 효율성을 추구하는 목적을 갖는 교육에서 진리와 가치에 대한 성찰과 숱한 도전과 문
제의식을 요구하는 글로벌 현안에 대한 혜안을 갖는 지성적·인격적 교육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4차 혁명과 인공지능 사회에서 교양교육의 역할에 대한 의미가 역설적으로 더욱 강

조되고 있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도 대학평가의 지표를 통해 교양교육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지만
“외재적 목적에 의한 조치”로서의 교양교육 발전 방향이 제시되고 있는 바, 교양교육은 “교양 그
자체의 내재적 목적”에 기초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즉 대학 교양교육을 “전공교육,
직업교육, 취미강좌와 차별화”함으로써 지적 활동의 토대를 형성하는 보편적인 교육과정으로 환
원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누스바움은 성숙한 정신의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창조적, 독자적
사유능력은 오로지 인문학을 통해서만이 길러진다고 강조한다. 비판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능력,
지엽적 연대를 넘어 사유하고 ‘세계시민’으로서 세계의 문제들을 통찰하는 능력, 타자의 아픔을
자신의 내면에 받아들일 줄 아는 능력은 오로지 인문학과 예술을 통해 길러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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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우리에게 제시되는 급변하는 사회, 포스트휴먼 사회의 본질을 꿰뚫는 인식능력 역시

인문학적 통찰력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동의하게 된다. 앞으로도 과학과 기술, 정보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하겠지만 그 사회에 인간이 계속 살아간다면, ‘인간다움’에 근
거해 세상을 인식하고 윤리적인 가치에 대한 인식을 잃지 않으면서 성찰하는 능력은 여전히 중
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
을 넓히고, 윤리적 책무를 자각하는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환경 및 생태, 기후 문제, 빈부 격차, 사회적 갈등과 국제 분쟁, 난민, 이주, 기근, 내전 등 특정

지역, 국가 차원이 아닌 인류가 온 지혜를 모으고 연대의 가치와 공동체 정신을 기르게 만드는
교육의 본령은 강자 중심의 경제논리로 무장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나 효율성 극대화의 교육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근대교육 철학과 교육 이념을 구상한 빌헬름 폰 훔
볼트, 20세기 들어 효율성과 합리성의 도구로 전락한 ‘아우슈비츠 비극’의 단초가 된 이성의 실체
를 비판하면서 비판이성의 부활을 설파한 아도르노, 21세기 신자유주의 교육의 파국적·몰교양적
현상을 비판하는 리스만의 교양교육 철학에 주목하는 것은, 대학이 비인격적인 시장의 예비 공간
이 아니라 도덕적·윤리적·인격적 주체를 위한 교육의 장으로 남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고전적 인
문정신의 복원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Harry R. Lewis(2006): Excellence without a soul: How a great university forgot education. New York.
Jochen Krautz(2007): Ware Bildung. Schule und Universität unter dem Diktat der Ökonomie,

Kreuzlingen/München.

Kurt Böttcher(1977): Aufklärung. Erläuterung zur deutschen Literatur. 6 Aufl., Berlin.
Theodor W. Adorno(1959): Theorie der halbbildung. In: Alexander Busch(Hrsg.): Soziologie und moderne

Gesellschaft. Verhandlungen des 14. Deutschen Soziologentages vom 20. bis 24. Mai 1959 in Berlin,
hrsg. von Deutsche Gesellschaft für Soziologie. Stuttgart, 169-191.

Theodor W. Adorno(2012): Erziehung nach Auschwitz. Handbuch Bildungs-und Erziehungssoziologie. VS

Verlag für Sozialwissenschaften, 125-135.

김현정(2017):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문교양교육의 역할과 방향. 교양학연구 5, 95-122.
마사 누스바움(2017, 우석영 옮김): 학교는 시장이 아니다, 궁리. (Martha C. Nussbaum(2012): Nicht für

den Profit. Warum Demokratie Bildung braucht. Überlingen.)

백승수(2017):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양교육의 방향 모색. 교양교육연구 11(2), 13-51
서정일(2019): 자율적 주체를 위한 인문정신의 구현으로서의 교양(Bildung), 독어교육 74, 279-299.
콘라트 파울 리스만(2018, 서정일 외 옮김): 몰교양 이론. 지식사회의 오류들, 한울아카데미. (Konrad Paul

Liessmann(2014): Theorie der Unbildung. Die Irrtümer der Wissensgesellschaft, München.)

홍은영(2015): 아도르노(Adorno)의 ‘절반의 교육’에 대한 비판을 통해 본 교양교육, 교육의 이론과 실천 20

권 3호, 19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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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교양교육의  이상과  과제:  현대독일  철학자들의  교육철학을  중심으로”   

토론문

                                                                                                서태원(목원대학교) 

    안녕하십니까.  목원대학교  서태원입니다.  서정일  교수님의  발표는  인문교양교육의  이상과 

과제에  대해,  현대  독일철학자  ‘빌헬름  폰  훔볼트,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콘라트  파올  리스

만’  등의  교육철학을  중심으로  살펴보셨습니다.  그리하여  ‘훔볼트는  인간을  자유롭고  개성 

있는  인격체,  비판적  지성으로  교육하는  것,  즉  보편적  인문교육을  의미하는  Bildung이  고

등교육의  핵심이고  인문교양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아도르노는  교육은  Halbbildung(어

설픈  교양:  절반의  교양  혹은  교육)보다는  기존의  문화·가치·세계관에  물음을  제기하고  의문

을  품게  하는  진정한  교양에서  출발해야  하며,  수동적인  교육체계가  아우슈비츠와  같은  비

극의  원인이고’,  ‘리스만은  신자유주의  교육논리의  일방적인  관철과  더불어  전(全)지구적으

로  강행되는  몰교양성,  즉  인문정신의  폐기  현상’  등을  밝히셨습니다.  아울러  성숙한  정신의 

힘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는  창조적이고  독자적인  능력은  인문학을  통해서  길러지고,  급변하

는  사회  및  포스트  휴먼  사회의  본질을  꿰뚫는  인식  능력은  인문학적  통찰력이  없으면  불가

능하다는  등  인문학의  중요성을  지적하신  것도  의미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저는  독일철학자들의  교육철학과  관련해서  잘  알지  못하므로,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는  것

으로  토론을  대신하려  합니다.

   

    첫  번째로  많은  용어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이  있었습니다.  추가로  다른  분야의  연구

자나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의  용어도  설명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쪽의  정신의  객관화,  4쪽의  인격화된  지식  등

    아울러  3장의  리스만이  말한  “몰교양”  개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

습니다.

    두  번째로  아도르노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철학자로  알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학

파”는  2차  세계대전  후인  1960∼70년대  일어난  거대한  변혁운동인  “68혁명”의  정신적  스

승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에  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로  인문학도가  과학을  그리고  과학도가  인문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융합교육을  하

자는  주장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시는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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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후 독일문학에 나타난 종교 이해

최성욱 (한국외대)

1. 종교개혁과 계몽주의

18∼19세기 유럽의 정신적 혁명의 큰 줄기였던 계몽주의 Aufklärung의 매체는 독일에서 문학

이었다. 그렇기에 독일에서도 계몽주의 이후 루터와 종교개혁의 한계에 관해 조명하기 시작했으
며 더 나아가 종교, 즉 그리스도교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독일 계몽주의의
대표적인 작가,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 Gotthold Ephraim Lessing과 진보적인 청년 독일파 시
인, 하인리히 하이네, 루트비히 뵈르네 Ludwig Börne는 물론 심지어 보수적인 성향의 낭만주의
작가들조차 당시 그리스도교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천 년 가까이 지속된 신성로마제국 Das
Heilige Römische Reich은 비록 느슨한 형태의 제국이었으나 가톨릭교회와 황제, 영주의 권력
분점 아래 다수 민중을 농노의 신분으로 예속시킴으로써 중세 봉건주의 체제를 강력하게 지탱해
준 제국이었다. 하나의 제국(신성로마제국), 하나의 종교(가톨릭 보편교회), 하나의 언어(라틴어)
로 대표되는 단단한 틀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었으며, 그 속에서 교회와 라틴 문화는 강력한 지배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면서 다수의 민중을 옥죄는 정치 체제를 지탱해 준 것이다. 이 역사적 과정
속에서 독일 작가들에게 그리스도교는 오랫동안 반(反)민중적이고 반(反)계몽적인 기득권 세력의
옹호자로 비춰졌으며, 그리스도교의 지배언어는 민중의 고통을 은폐하고 호도하는 권력자의 언
어, 지배이데올로기의 산실과 다르지 않았다.

물론 루터의 종교개혁과 성서번역은 이후 서서히 이 단일 삼각 체제의 와해, 즉 제국 해체의

단초가 되고 가톨릭 보편교회의 절대적인 권위의 와해, 그리고 라틴어 단일문화 권력의 해체로
이어진 결과를 초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독일 지식인, 작가들은 농민운동의 혁명 지도자로
서 루터와 정반대의 신학적 노선을 취했던 또 다른 수도사, 토마스 뮌처에 대해 주목하였다. 즉
뮌처와 정반대로 ‘경건한 수도사’로 머물러 현실적인 변혁 운동을 거부했던 루터의 정치적 성향
은 당시 자유주의적인 독일 지식인과 작가들에게 루터에 대하여 비판적 입장을 취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특히 루트비히 포이어바흐 Ludwig Feuerbch는 기독교의 본질 Das Wesen des
Christentums에서 루터의 프로테스탄트가 그리스도교를 “실천적으로 부정”하였다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그것은 루터파 교회가 “그리스도교 신앙을 내세(來世)나 천국으로 밀쳐 넣었지만 실
제에서는 부정”하였고, 결국 그리스도교를 “불화의 종교로서가 아니라 화해의 종교”로 변질시켰
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기존 질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고, 저항하는 (프로테스탄트
로서의 본연의) ‘불화(不和)’의 역할이 아니라, 모순과 부정의(不正義) 심지어 세속의 악(惡)의 세
력과의 ‘화해’를 시도한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었다. 특히 시민계급 및 사회주의 좌파 지식
인들이 루터에 대한 평가에서 극단적인 비판으로 돌아선 것은 토마스 뮌처 때문이었다.

교회가 사회와 민중에 대한 폭압자로 군림한 것에 분개했던 수도사, 뮌처는 로마 가톨릭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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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비판을 가하면서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인 1521년 파문·추방당했으며 농노와 소작인을 중심으
로 한 민중농민 해방단체를 조직, 일약 정치적 혁명 지도자로 부상하며 독일 농민전쟁을 이끌다
가 처형당한 인물이었다. 루터는 급진적인 토마스 뮌처를 맹렬히 비난하고 그를 처형할 것을 주
장한 바 있다. 이러한 루터의 태도는 독일 지식인과 작가들로 하여금 정치 및 사회적 변혁에 소
극적이고 무관심한 루터의 프로테스탄트 교의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주입시켰다. 예컨대 1880
년대 자유주의자이자 신학자, 역사학자였던 빌헬름 짐머만 Wilhelm Zimmermann은 뮌처를 농민
전쟁 역사에서 가장 이상적인 인물로 평가했다. 역사학자, 카를 하겐 Karl Hagen은 루터와는 전
혀 다른 의미에서 “종교개혁의 왼쪽 날개”로서의 뮌처와 농민전쟁을 평가했고, 루터파 교회를 진
정한 프로테스탄트 원리를 배반한 교회로 간주했다. 뵈르네, 루게 Luge 이외에 프리드리히 엥겔
스 Friedrich Engels와 카를 마르크스 Karl Marx 역시 그랬다.

종교, 특히 그리스도교에 대한 독일문학의 비판적 인식을 촉발시킨 계기는 계몽주의였다. 계몽

주의와 더불어 문학과 종교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변하였다. 그것은 계몽주의와 프랑스혁명이 종
교개혁보다 더 중요한 정신사적 변화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독일 문학사에 대
한 전체적인 이해에서 특히 계몽주의야말로 “하느님이 앉아 계시던 심판관의 자리에 인간이 올
라앉은 것 Die Inthronisation auf Gottese Richterstuhl”과 똑같은 의미라는 평가가 내려질 정도
이다. 그리고 계몽주의에 영향을 받는 문학적 종교 비판의 대표적인 작가는 레싱과 하이네였다.
사실 문학적 관점에서의 비판적 성서 읽기는 서구 문학의 오랜 주제 가운데 하나였다. 그리고 구
약성서의 야훼와 신약성서 예수 역시 예언자들의 선포를 통해, 비유라는 문학적 형식을 통해 반
민중적이고 교조주의적인 제도권 종교에 대한 비판이 주류를 이룬다.

2.『토마스 뮌처와 독일 농민전쟁

언급한 바와 같이 계몽주의 이후 독일 작가들이 루터보다 더 중요하게 주목한 인물은 토마스

뮌처였다. 종교개혁 직후이자 뮌처가 활동한 1520년대는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농민전쟁을 비롯
한 대대적인 정치·사회적 변혁 운동이 불붙듯 일어난 시기였다. 루터의 교의에 대한 뮌처의 반박
문,『충분히 이유 있는 변론 Hochverursachte Schutzrede(1524)은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
언 Kommunistische Manifest 이전에 발표된 독일 문헌 가운데 가장 유명한 문장으로 평가받는
다.1) 농노 신분이었던 대다수 민중은 권력자의 억압에 신음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문맹(文盲)이었
기에 자신들이 당하는 고통의 원인과 실체에 대해 전혀 몰랐다.

더욱이 교회는 마녀사냥과 종교재판, 면죄부 판매 등을 통해 영주와 제후의 권력을 옹호·대변

하고 있었다. “종교는 민중의 아편 Die Religion ist Opium für das Volk”이라는 마르크스의 종
교 비판 역시 무신론적 철학이나 종교 자체에 거부감이 아니라, 이러한 역사적 상황과 맥락 속에

1)

“보아라, 고리대금업자, 도적떼와 강도들의 근간은 우리 지배자와 제후들이다. 이들은 모든 피

조물을 자신의 소유물로 삼고 있다. [. .] 그런데도 이에 대해 루터 박사는 ‘아멘’이라는 말만
할 뿐이다.”『충분히 이유 있는 변론이 독일어권에서 카를 마르크스의『공산당 선언이전에
출판된 가장 중요한 문헌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억압자와 권력자에 맞선 피억압 계급을 위한
최초의 해방선언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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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이해해야 하며 이러한 입장은 특히 헤겔 좌파 철학자들의 공통적인 인식이었다. 즉 당시 지식
인들의 종교 비판은 종교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이렇듯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여 민중
을 억압하는 지배이데올로기의 제공자였던 교회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스 작스
Hans Sachs를 비롯한 여러 작가들은 반어(反語)와 풍자 등을 통해 당시 교회 권력과 종교개혁
의 한계를 비판하고 조롱하였으며 전단지 Flugschrift 형식을 통해 “무기로서의 언어 Wort als
Waffe”의 가능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독일 문학사에서 토마스 뮌처를 당당히 문학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작가는 동독의 저명한 작

가, 프리드리히 볼프였다. 히틀러와 맞서 싸운 반파시즘 망명 작가로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사회주의 국가, 동독으로 귀환한 볼프는 그의 역사극,『토마스 뮌처를 통해 루터와 뮌처의
사상적 대립 그리고 뮌처의 신학적 입장을 문학적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1924∼1925년 발생한 독
일 농민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역사극에서 볼프는 뮌처를 민중의 억압적인 현실에서 민중의 고
통과 함께 하는 하느님 상(像)을 표현함으로써 불의와 탄압이 만연한 상황에서 내세의 위로가 아
닌 인간의 역사에 동참하고 해방시키는 하느님의 사제로 묘사된다.『토마스 뮌처에서는 억압과
고통, 폭압이 횡행하는 현실에서도 “율법과 평화”를 말하는 루터 추종자들과 뮌처와의 신학적 논
쟁이 펼쳐진다. 이 역사극에서 토마스 뮌처의 하느님은 “죽은 나무와 돌 속에 계신 분이 아니라,
민중의 활동과 행동 속에서 그리고 그들의 이성 속에 계신” 하느님이다. 볼프는 토마스 뮌처의
하느님을 세상의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하느님, “저 세상에서의 수백 개의 약속보다 현세에서의
정의로운 행동”에 동참하고 약속하는 존재로 묘사한다.

볼프는 토마스 뮌처가 피억압자와 함께 투쟁하는 하느님 상을 형상화한 것뿐만 아니라, 공평

과 평등, 정의가 구현된 새로운 하느님 나라의 꿈과 비전을 제시한 인물로 그린다.『토마스 뮌처

에서 혁명가 뮌처가 희구한 하느님 나라는 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땅 eine neue

Erde”, 즉 “사악한 무리와 위선자들이 사라지면 인간의 활동이 황금색 밀과 같이 펼쳐지는 땅,
곡식이 여름 바람에 익어가는 땅”이다. 아울러 이 세상 만물의 열매가 몇몇의 소유물이 아닌 “모
든 이가 함께 나누는 Omnia sunt communia” 세상인 동시에 땀 흘리며 노동하는 인간, 자유로운
노동과 주체적인 활동을 통해 모든 사람이 창조 세계의 섭리 속에 평화롭고 조화로운 삶을 누리
는 곳이다.『토마스 뮌처에는 오랜 세월 동안 외국에 떠돌며 히틀러 Hilter와 나치 정권의 야만
과 폭압에 맞섰던 프리드리히 볼프의 새로운 꿈, 즉 “독일 역사상 최초의 노동자, 농민의 국가이
자 반파시즘”을 국가의 이념으로 삼고 출범한 신생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작가 자신의 믿음과
기대가 짙게 배어 있었다. 그가 동독으로 귀환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그 희망
은 좌절되었지만 당시 볼프에게 그러한 꿈은 원대하고 벅찬 것이었을 것이다.

3. 하인리히 하이네의 비판문학과 새로운 유토피아이즘

1789년 발생한 프랑스 대혁명은 유럽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그것은 독일에서도 예

외가 아니었으니, 1792년 프랑스군이 신성로마제국을 공격하여 독일 내 여러 군소 제후국들은 신
성로마제국에서 탈퇴, 나폴레옹에 복속되었다. 수백 개의 군소 제후국으로 분열되었던 신성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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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소속 국가 가운데 바이에른, 바덴, 뷔르템베르크 등 주요 16개 제후국이 1806년, 라인동맹
Reinbund을 결성함으로써 신성로마제국은 1806년, 공식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러시아 연합군은 프랑스군과 전쟁을 벌였다. 이른바 “해방전쟁”이라 불리는 이 전쟁에
서 승리한 프로이센에서는 그동안 잠복되었던 민족의식이 고양되었고 라인동맹 역시 해체되어
신성로마제국을 대신하여 34개 군주국과 4개 자유도시국으로 구성된 독일연방 Deutscher Bund
이 탄생하였다. 물론 그 중심은 프로이센이었다.

그러나 이웃나라 프랑스에서 일어난 혁명의 열기는 프로이센을 비롯한 독일 제후국들에게는

공포와 거부감으로 작용하였다. 그 결과, 봉건적 제도 및 체제는 존속되고 오히려 강화되었으며
자유 및 이상 개념은 더욱 내면화하였다. 기존 질서에 대한 속물적인 복종 의식이 만연하였고 이
른바 “부른센샤프트 Burschenschaft”라고 불리는 학생 단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과 검열 및
감시 조치, 군대와 관료 중심 체제로 일사분란하게 진행된 반(反)민주적인 군국주의 정책이 더욱
기승을 부렸다. 그리하여 이 시기 독일 주요 정치 세력은 보수주의에 입각한 “질서 Ordung, 안
정 Stabilität, 보존 Bewahrung”이라는 지배 이념이 강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당시 프로이센에서
는 소작인과 소규모 수공업자 등을 막론하고 거의 사회의 모든 계층이 최하층 신분에서 벗어나
지 못했고 19세기 중반, 궁핍함은 절정에 달했다. 더욱이 초기 산업화 과정이 진행될 당시 프로
이센의 여러 도시에서는 노동력밖에는 팔 것이 없는 빈민 노동자층이 급증하였는데 이들은 대부
분 임시노동자였다.

사회 전반에 확산된 불평등과 경제적 수탈 구조에도 불구하고 프로이센 당국은 엄격한 검열

정책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제압하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마르크스를 비롯하여 당시 독일 내 비
판적 지식인과 작가들 대부분은 떠돌이 망명 생활을 해야 했다. 오랫동안 낭만적인 서정 시인으
로 알려져 있었으나 사실은 생시몽(Saint-Simon)주의에 경도되었던 혁명적 성향의 유대계 독일
작가, 하인리히 하이네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1830년 파리 7월 혁명에 열광했던 하이네는
반동적인 복고주의가 횡행하는 독일연방의 정치 질서에 대한 비판의 촉수를 예리하게 가다듬었
다. 하지만 이즈음 독일에서는 국수주의적인 성향의 민족주의와 중세의 복고적 낭만주의가 기승
을 부리고 있었다. 반(反)프랑스 기념 축제(1841)가 난무했고 1560년 이후 약 300년 간 중단된
쾰른 대성당을 재건축하는 행사가 1842년에는 펼쳐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사의 새로운 변혁을 목도한 하이네는 종교개혁의 단초가 정치 혁명으로

결실을 맺어야 함을 절실히 깨닫고 함부르크로 돌아오면서 장대한 서사시, 독일. 겨울동화를
썼다. 이 서사시는 반동적인 낭만주의로 가득한 프로이센 국수주의 이념에 대한 풍자와 조롱, 그
리고 그 이념의 자양분인 교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새로운 노래, 더 좋은 노래 ein neues
Lied, ein besseres Lied”로 표현되는 유토피아, “이 땅 위에 구현되어야 할 하느님 나라”에 대한
갈망이 담겨져 있다. “새로운 노래, 더 좋은 노래”는 독일. 겨울동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
제로서, 현세의 고통을 외면하는 “정신의 감옥(바스티유)”,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하늘나라와 상
반된 이 땅, 이 세상에서의 해방과 자유에 대한 노래이다. 하이네가 보기에 당시 그리스도교는
영 육(靈 肉) 이원론에 함몰되어 오로지 “정신, 영혼, 초지상적인 것 Geist, Seele, Überirdisches”
만을 “순수한 실체 reine Sunatanz”로 받들면서, 민중의 고통과 변혁의 열망을 도외시하고 피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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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彼岸)의 믿음에 갇힌 “감옥”의 종교였다.

독일. 겨울동화에서 하이네가 “중세의 광신적 춤을 추는 사제와 수녀들”이라 묘사한 교회와

성직자들도 억압 세력과 반동 이데올로기의 대변자이며 쾰른 대성당의 재건축 역시 그 상징일
뿐이다.2) 그리스도교에 대한 하이네의 비판의 요점은 그리스도교가 지나치게 영적이고 금욕적이
며 이 땅에서 삶의 실체를 왜곡하고 억누름으로써 사회적인 의미에서의 지상의 삶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이렇게 단순히 궁핍하고 억눌린 삶을 단지 위로 Vertröstung하는
사제의 종교에 불과했다. 19세기 독일 작가 가운데 종교, 즉 그리스도교와 정치·사회적 모순, 이
양자의 관계를 가장 예리하게 분석한 하이네는 결코 추상적인 종교 개념, 사변적인 신학 논쟁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이네의 비판은 당시 그리스도교가 정치·사회적 모순에, 권력의 횡포에, 인
간의 고통과 억압받는 자들에 대한 외면과 무관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인식은 그리스
도교의 이러한 반동적인 기능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당시 독일의 철학자, 작가 등 지식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마르크스와 모제스 헤스 Mosses Hess 같은 헤겔 좌파 지식인들은 그리스도교와 아무 관

련이 없었으며, 이들은 단지 내적인 구원에 도취된 열광적인 경건주의 성향과 “보수주의·정치적
반동주의적인 국가교회의 형식 Form eines konservativen. politisch-reaktionären Staats-
kirchentums”에 안주한 종교에 대해 비판한 것이었다. 비단 문학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사 전반
에서 이러한 종교비판 의식을 선도했던 인물이 바로 하이네였다. 종교를 “민중의 아편”으로 인식
한 최초의 인물은 마르크스가 아니라 바로 하이네였다는 평가가 그러하다.

독일. 겨울동화에서 또한 하이네는 “환전상과 은행가를 사원에서 회초리로 내쫓았던” 예수에

대한 동정과 더불어 그의 뜻이 제자들에게 왜곡된 역사에 대한 아쉬움도 담아낸다.3) 예수가 격
노하며 내쫓았던 “환전상과 은행가”들이 훗날 예수를 죽게 만들었듯이, 당시 교회가 예수를 피안
의 세계에 가두었다는 것이다. 하이네는 교회가 약속한 무의미한 영적인 하늘나라는 “천사나 참
새들에게나 맡겨 버리자”고 조롱한다. 이처럼 하이네가 독일. 겨울동화에서 묘사한 새로운 나
라에 대한 꿈은 현세와 지상에서의 변혁을 외면한 당시 그리스도교의 몰(沒)역사성에 대한 조롱
이자 반동이데올로기의 봉사자로 전락한 교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었다. 아울러 이 세상에서,
이 지상에서 활짝 꽃피울 새로운 하늘나라에 대한 염원이기도 하다. 하이네의 유토피아주의는 19
세기 변혁의 시대에 서양문학에 큰 울림을 주었다. 당시 마르크스주의자와 자유주의자들 모두 하
이네를 통해 공동체주의 이념의 근간인 생시몽주의의 문학적 표현을 발견했으며 하이네 특유의
예술성에 바탕을 둔 미학적 유토피아주의를 인간해방의 문학의 상징으로 평가했다.

2) “보아라! 달빛 속에서/ 저 우뚝 솟은 것을!/ 시꺼먼 어마어마한 모습으로 솟은 것을/ 저것이

쾰른 대성당이다./ 이놈은 정신의 바스티유 감옥이 될 거야./ 그리고 간사한 교황 숭배자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거대한 감옥에서/ 독일의 이성은 사라질 거라고!”

3) “나는 매번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득하구나./ 그대의 모습, 불쌍한 나의 사촌이여(같은 동족인

유대인임을 나타내는 표현 - 옮긴이)/ 이 세상을 구원하려 했던 그대/ 바보, 인류의 구원자
여!/ 대체 그 누가 그토록 무자비하게 교회와 국가에 대해/ 그대로 하여금 무자비하게 말하게
하였단 말인가! [. .] 환전상과 은행가를 그대는 사원에서 회초리로 내쫓았네./ 불행한 열정주
의자여, 그대는 지금 십자가에 매달려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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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후  독일문학에  나타난  종교  이해(최성욱_한국외대)”  발표논문에  대한  토론문

민웅기(목원대)

본  연구는  근대  이후  유럽문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독일의  문화사적  사례를  통해 

문학,  종교,  사회의  유기적  관계성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이  논문에서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당시  유럽의  시·공간  특성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시도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걸친  기능적  구조와  갈등적  변화에  대한  다차원적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의미  있는  연구내용을  담고  있다.

18~19세기  유럽의  이념과  정신을  이끈  계몽주의와  종교개혁,  문학과의  관계  등  내

부의  사회구조적  현실과  변화상에  대한  비판적  논의는  최근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명명

되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징과  전망을  현실적으로  제시하는데  중요하게  참고해야 

할  내용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유럽의  종교개혁은  그간  지속되어  온  인간과  신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문화적  재구조화  현상을  가져왔다.  특정  시대의  주류  종교와  하나의  시·

공간을  지배하는  문화적  질서는  밀접하게  연관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예로  베버

(Weber)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기술되어  있는  것처럼  칼뱅주

의의  근간이  되는  예정설과  금욕주의는  노동에  대한  신성시  과정을  통해  한  사회의 

자본주의  발달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인간과  신의  관계를  인식하는 

사회구성원들의  의식이  분화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본  논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종교개혁은  다양한  사회문화적  변화를  유발했으며,  그

러한  인간  삶의  문화는  당시  시대의  문학에  그대로  내재해있다.  그리고  그  문학에서 

추구하는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한  전망  역시  결국  당시  사회의  현실과  미래의  희망에 

대한  이념적  표현으로  구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하나의  문학에서  추구하는  정

신적,  의식적  흐름은  당시  시대를  반영한  ‘신-인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상징적 

표현인  것이다.

이  연구는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인문학적  논제를  풍부한  자료검토와  효

과적인  논증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에  본  토론자는  이  논문이  의미있는  인문학적 

시사점을  더  효과적으로  포함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종교

개혁이  서구의  전반적인  근대화  과정에  어떤  정신사적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본문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독일문학을  적용한  내

용  구성이  이루어진다면  종교사회학적  해석을  통해  저자께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역사적으로  중세~근대로  넘

어가는  시기에  독일문학을  비롯한  전반적인  서양문학에서  종교와  철학의  역할과  의미

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내용이  추가  서술될  필요가  있다.  이  내용은 

문학사회학적  측면에서  중요한  학술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사료된다.